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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현명하게 대체한 여자의 이야기...

2006년 나의일기

by 눈오는바다진사 2006. 10. 12.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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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랑 결혼생활은 2년 됐습니다..

제가 부모님이 안계세요... 중학교 들어 가기도 전에 아버지는 8살 때, 엄마는 12살 때 사고로 두분다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고모집에서 컸고.. 고등학교 때 사촌오빠(고모아들)

소개로 사촌오빠 친구인 남편 만나서 연애하고 23살 때 결혼 했습니다...

지금 남편은 29살이고.. 전 26살 입니다....

잘생긴건 아닌데 키가 크고 덩치가 있어서 그런지

은근히 여자가 따라서 연애하면서도 절 참 힘들게 했었거든요....

저희 부부 계획이 2년 동안 적금 붓고 대출받아 집 산 다음에 아이 갖자는 거였거든요..

제 나름대로 부모님 안 계신거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었기에 왠지 말 한마디 할 때도 더 조심하게 하게 되고 행동 하나를 하더라도 조심스러웠거든요..

부모님 없어서 본데없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요...

제 자랑 같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직장 다니면서 살림했고 세어 나가는

돈 없이 가계 운영 잘 해서 돈도 꽤 모였습니다...

남편도 그리 자상한 성격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맞춰가며 별 불만없이 잘 살고 있었거든요.. 아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죠...

남편이 자기 개인 물건에 손 대는걸 엄청 싫어합니다.. 결혼생활 2년이 지나서도 변하지 않는거죠....

저도 남편 핸드폰이나 개인 소지품엔 일절 손을 안 댔었거든요...

그러다 7개월 전에 우연히 진짜 정말 우연히 컴퓨터가 켜져 있길래 웹서핑이나 할까...하고 컴터 앞에 앉았는데

daum이 로그인 되어 있더라구요... 사람 심리가 그렇잖아요... 한번 들어가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요....

그래서 들어가 봤더니....받은메일에는 별것이 없는데 어느 카페에서 온 메일이 있더라구요..

이미 읽은 메일인데 제목이 '자기만 보기~ ♡' 이렇게 되어 있더라구요..

남편이 거실에 있는지라.. 괜히 훔쳐본거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찔리기도 해서 볼까 말까 하다가 열어봤거든요...

정모장소 : 강남 어디...

정모시간 : 금요일 8시 (늦으면 죽음...)

너무 정신없이 긴장하고 봐서 그런지 기억은 잘 안 납니다....

내용이 대충 저렇더라구요..

'아... 이 사람 카페 활동 같은것도 하나 보다..' 하다가 사람 직감이라는게요... 그렇잖아요.. 기분 쐐~~~ 해지면서.....

그래서 카페 목록에서 그 많은 카페 목록 대충 훑어 봤는데..

'꿈꾸는 정원'라는 카페가 있더라구요..

그냥 의심이라기보단 호기심에 들어가봤습니다..

진짜...정말... 저 뜨악해서 뒤로 넘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남편닉네임 등급이 주인장으로 되어 있더군요.. 이 사람 성격에 이런 카페를 만들어 놨나??? 그런데 회원수 1명... 뭔가 분위기 참 이상하죠....

그런데 카페 소제목에 새 글이 달리면 'N'이라는 표시가 뜨잖아요..

불안해하면서 남편이 서재방으로 오나 안오나 눈치보면서 소제목 열어봤는데 대부분 남편닉네임과 '진우럽'이라는 아이디가 작성한 글 이렇게 두개 밖에 없더라구요....

상대방이 작성한 글에 서로 댓글 달아주고.. 그러면서 둘이 놀고 있더라구요...

허~ 진우럽...남편 이름이 이진우 입니다...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도저히 볼 수 없어서 얼른 나와서

나; 오빠 컴퓨터 꺼도 돼??

오빠; 응 꺼......

자기가 로그아웃 한 줄 아는지 제가 컴터 앞에 앉아 있다고 하는데도 의심도 안 하더라구요...그래서 얼른 PC방에 가서

남편 아이디넣고 비밀번호 몇개 조합해서 넣은결과 로그인이 되더라구요...

PC방에서 편하게 그 둘만의 카페를 관람(?!)하는데 진짜 혼자 보기 아깝더라구요....

카페 만들어진건 3년 정도 됐고요.. 그 중간에 카페 글이 안 올라온 공백 기간이 1년 정도?? 되긴 하지만 둘이서 북치고 장구치고 바쁘더이다...

내가 그렇게 여행 가고 싶다고 할 때는 좀 있다가 적금 타면 해외여행 가자고 미뤄두고선... 어떻게 저 여자랑 저 많은 곳을 돌아다녔나 싶을 정도로..

둘이 놀러다니면서 찍은 사진들도 많고 심지어는 침대에서 누워 찍은 셀카부터 시작해서 진짜 보기 민망한 사진들도 많더라구요...ㅎㅎㅎㅎ

사진 올린 사람은 거의 '진우럽'이라는 아이디고 댓글로 둘이 과관도 아닌 댓글 놀이를 하는데 화가 난다기 보다 너무 아파서 눈물도 안 나오더라구요...

침대에 뒹구는 사진은 올려 놓은 날짜를 보니 불과 몇일 전.. 그것도 평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긴...비공개로 둘만 아는 카페이니 뭘 올려 놓아도 상관 없었겠죠...

억장이 무너진다..... 저 여지껏 살아오면서 그 말이 뭔가..했는데

내가 느끼니깐.. 아.. 이게 바로 억장이 무너진다는거구나...ㅋㅋㅋㅋ

정말 괘씸한건 저랑 결혼하기 전부터 관계가 유지 됐다는게.. 물론 그 중간에 1년 정도 공백이 있었다고 해도..

제 잘못도 무시 못하겠죠.. 진짜.. 정말 한치도 눈치 못챘습니다..

제가 둔해서 그런거겠죠.. 정말 외박하더라도 의심 안했습니다...

저 결혼 하기 전에 '믿음'이란거 사랑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요..

남편이 외박 하더라도 하는 말 곧이 곧대로 다 믿었어요.. 믿으려고 노력했어요..

원래 남편이 운동을 참 좋아하거든요..레포츠나 그런거요.. 그런건 1박2일코스로 가는게 많았기에.. 별 의심도 안 했습니다...

제가 바가지 긁고 땍땍거리면 서로 못 믿고 미워하게 될까봐 제가 묵인하고 가슴이 묻어두고 했던게 이렇게 터진거 같아요....

이번에 참 많이 느꼈습니다.. 숨쉬기 힘들만큼 가슴이 아프다는게 뭔지도 알았고요....

배신이 뭔지도... 역시 남자는 다 믿을 놈 없다는 것도....

정말 웃긴건 지들이 뭔데... 지들 둘 이야기만 떠들면 될것이지 제 이야기도 있더라구요..

둘이서 제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이러쿵 저렁쿵 댓글달고..... 허~~~~~~~!! 노력했는데..그 노력이 그 사람 눈엔 안 보였나 봅니다.. 어쩜 저리도 잔인할 수 있는게 사람인지... 참...


저랑 그 첫사랑 여자를 비교해 가면서 써 놓은 글은 정말 내가 초라해보여서 읽다가 눈물 닦고 또 읽고 했습니다...


진짜 그 카페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넘쳐 나는데 비공개카페라 공개도 안되네요.. ㅎㅎㅎ (하긴 지금은 사진이랑 글 다 지우던지 했겠지만...)


아니죠...그런 뻔뻔한 인간들이라면 아직도 지들 세계에 빠져서 지들이 로맨스인줄 알고 착각하고 있겠죠...

처음엔 잡을까?? 돌려볼까?? 생각도 했는데 이미 카페 글들을 봐 버린 상태에선 소용이 없겠더라구요..

나랑 결혼하기 전부터 그렇게 지내온 사인데... 떼 놓는다고 갈라질 사이도 아닌거 같고 그러고 더 중요한건 용서하고 포용할 만큼의 마음이 안된다는 거죠..

남편이 그 카페에서 썼던 내용대로 이혼을 천천히 준비하듯이 저도 이혼 천천히 준비했거든요.. 마음에 준비도 다 하고....

언젠가 제가 그랬습니다.

나; 오빠 만약에 다른 여자가 눈에 들어고 자고 싶으면 반대로 생각해봐.. 내가 다른 남자를 마음에 담고 오빠가 아닌 다름 남자랑 자도 괜찮을꺼 같으면 다른 여자랑 자도 괜찮아...

오빠; 야.. 왜 그런 소리를 해.. 결혼지 얼마나 됐다고...

물론 카페를 모두 훑어본 후에 한 말이였어요.. 혹시나 뭔가 다른 말이 나오지 않을까...

마음의 준비 다 끝내고 남편 아이디로 그 카페에 글을 올렸어요..

뭐..대충 이런 내용이죠... 참 나쁜 사람들이라고...결혼하기 전 부터의 관계였으면 둘 중 하나를 정리 해야지 왜 이렇게 사람을 아프게 하냐고...니들이 사랑이라고 말하는거 니들 사랑에 누군가가 가슴아프고 울어야 한다면 니들 사랑은 이미 순한사랑 아니라고...

((위에 문구는 어느 주부님이 가르쳐주신거예요... 그 분도 저랑 너무너무 비슷한 경험을 하셔서 제가 쪽지 보냈었거든요..그 뒤에 만나서 가끔 술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하거든요... 그 분도 지금 이혼 하셨지만 그 분이 이왕 헤어질꺼 추하게 헤어지지 말고 깔끔하게 헤어지라고 조언해 주시더라구요...나이도 젊고 아이도 없는데 무슨 걱정이냐구요... 맞는 말이죠...))

그랬더니 그 날 저녁에 들어와서 바로 말하라구요..당연히 글을 봤겠죠...

그 여자가 첫사랑이라고..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지 그랬냐는 질문에 나를 버리자니 제가 너무 불쌍했대요.. 사랑한게 아니고 불쌍해서 결혼하다니.. 지가 무슨 녹십자에서 나온것도 아니고..

끝까지 사람 비참하게 하는 나쁜 인간....

그 여자도 사랑하고 저도 사랑한대요.. 미친새끼..

다 잊고 결혼생활에 전념하려고 했는데 그 여자가 자기 기다린다고 결혼도 않고 있어서 도저히 모른체 할 수 없다네요.. 그 여자는 28살 입니다...

이젠 속일것도 없고 잃을것도 없으니까... 저한테 미안하다고...이혼하자고요..

말하기도 껄끄러웠을텐데 그 수고 덜었을테니 얼씨구나.. 잘됐구나.. 싶었는지..어쩜 이혼 이야기가 그리도 쉽게 나오는지...
저도 화도 안내고 그러마했죠...


별로 물어볼것도 없었어요..그 카페 안에 연애했던 역사가 다 들어잇는데 뭐가 궁금하겠어요.. 더불어 남편이 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요..

참 신기한거 같기도 하고 허무한거 같기도 해요..2년 동안 살 맞대고 살았는데 내가 저 남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생각하니깐 그냥 낯설어지면서 그러더라구요.....내가 알고 있던 남자는 절대 저런 무서운 짓 안 할 사람인데..


아무래도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깔끔하게 정리가 되더라구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니가 나한테 했던것 만큼 그 여자가 너한테 돌려줬음 좋겠다 이 나쁜새끼야...

이제 저 26살 밖에 안 됐거든요.. 그러고 울고불고 하면서 살기엔 너무 어리잖아요... 솔직히 좋은 남자 만나야지.. 그런 생각도 없어요.. 남자가 무섭습니다.

다른 여자 사랑한다는 입으로 나한테 키스하고 그 여자랑 섹스했던 그 더러운 몸으로 나하고 섹스하고 팔베게 해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남자가..아니 사람이 얼마나 무서워 질 수 있나에 대해서 절절하게 느꼈기에 이제 다신 안 믿습니다....

이제 이혼한지 2개월 됐구요... 뭐 그냥 저냥 지낼만 합니다...

처음엔 무지 무서웠는데 내 일 있고....위자료로 받은 돈 있고...이제 이렇게 그냥저냥 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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